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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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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신임 대통령의 통치구상은 한마디로 ‘사회정의 실현과 인간의 얼굴을 지닌 경제발전’.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그 과실을 고루 나누겠다는 것. 이 중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경제 살리기.
7월 초 당선 뒤 그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순방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을 방문해 국경개방 문제를 논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23일에는 ‘국정(國政)은 경영’이라는 그의 생각에 걸맞은 경제내각을 발표했다. 민간회사를 경영하던 기업인이나 국제금융전문가 출신들이 대거 입각했다. 이어 27일까지 사회정의 부문, 공공치안 부문 등의 각료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의 국정 우선순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제정책의 기조는 에르네스토 세디요 전임 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페소화 폭락으로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극복 이후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제를 더 공고히 하고 EU 및 중남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멕시코를 명실상부한 미주대륙의 관문 국가로 키우겠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는 세디요 정권부터 이어져 온 긴축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 내각의 핵심인 프란시스코 힐 재무장관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1300억달러의 외채원리금 부담을 줄이고 각종 세제개혁을 통한 세수확대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장의 과실을 일반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IMF를 맞은 세디요 정부 때는 경제성장에만 주력해왔다. 그 결과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공식통계상 전체 1억 인구 가운데 40%인 4000만명이 빈민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은 하루 2달러(약 2360원)로 연명하고 있다.
폭스 대통령의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에 기득권 세력의 반발은 매우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에서는 수십년간 단일 정당이 집권하면서 정관계와 재계 등 기득권 세력들이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350만명의 연방공무원들도 무사안일에 길들여져 있다. 코카콜라 현지법인 사장 출신의 폭스 대통령이 이 세력들을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집권 초반기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