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미언론 대선비판 풍자만발

  • 입력 2000년 11월 24일 23시 50분


미국 대선 결과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지겹게 이어지면서 정치판을 비꼬는 해학과 풍자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CBS 방송의 심야 코미디쇼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은 “플로리다주의 두 후보 지지자가 각각 300만명으로 나타났다”며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변호사였다”며 한몫 잡으려고 모여든 변호사들과 소송 만능주의에 독설을 퍼부었다.

NBC의 제이 레노는 “미국 선거에서는 표를 적게 얻고도 이길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바로 유고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노렸던 것”이라며 미국 선거인단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ABC 방송의 쇼 진행자 빌 메이어는 선거운동 내내 말실수를 했던 부시후보를 겨냥해 “미국에 혼돈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부시의 시대가 시작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일부 신문은 “대통령을 스스로 선출하지도 못하는 미국은 독립국 자격이 없어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명의의 엉터리 ‘포고문’을 실었다.

대선 승자를 가리는 아이디어도 백출했다. NBC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프로그램 진행자는 대학생 모임에서 공동대표를 두듯 부통령을 두지 말고 두 후보가 공동 대통령을 맡으라고 제안했다.

레터맨은 언론매체가 두 후보의 지지세력을 색깔로 표시한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두 개로 나눠 부시는 빨간 색 주를, 고어는 파란 색 주의 대통령을 맡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방안이 마음에 안들면 민주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을 플로리다주에 보내 부시편을 드는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을 유혹하게 만들라”며 임기중 성추문이 잦았던 클린턴 대통령까지 걸고 넘어졌다.

한 라디오 청취자는 18세기 방식대로 두 후보가 한 판의 총싸움으로 결판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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