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폭탄테러로 전술 바꾼듯…이달 세차례 민간인 공격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8분


22일 저녁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데라 중심가에서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유대인 2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보도했다. 불과 12시간 전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모라그 유대인 정착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민병대 지도자 압델 라제크 등 4명을 사살했다. 이날 하루 양측에서 모두 11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치는 등 이―팔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더구나 23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도 폭탄테러가 발생해 영국인 3명이 다치는 등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에 나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팔레스타인측이 최근 돌멩이를 던지는 대규모 가두시위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들을 동원해 매복공격이나 폭탄테러로 전술을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의 테러를 포함해 가자지구의 통학버스 폭탄테러(20일), 예루살렘 시장 폭발테러(2일) 등 이달 들어 세 차례의 테러가 이어졌다. 폭탄테러는 98년 이후 처음.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일련의 폭탄테러가 모두 민간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이나 중심가에서 러시아워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이슬람 과격단체인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가 90년대 중후반까지 주로 사용하던 수법. 하마스는 앞서 “이스라엘의 모든 가정에 폭탄을 배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데라 폭탄테러 뒤 소집한 비상각의에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에는 반드시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바라크 총리는 23일 저녁 다시 각료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맞섰다. 이집트를 방문중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새로운 사태해결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이―팔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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