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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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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플로리다주 연방 지방법원이 부시 후보측이 요구한 수작업 재검표 중지신청을 기각한지 채 몇 시간도 안돼 고어 진영은 주법원에 개표상황 보고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별상황’ 해당 관건〓고어 후보 진영이 제기한 소송의 핵심은 14일 오후 5시로 돼있는 각 카운티의 보고시한을 연장하는 규정의 법 해석상의 문제. 수작업이 진행중인 현재의 상황이 시한을 연장할 만한 ‘특별 사태’에 해당되느냐가 관건이다.
시한 고수를 발표한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단지 선거가 접전이라고 해서 보고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주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플로리다의 주도 탤러해시에서 개시된 시한연장 심리에서 고어 후보 진영의 로렌스 트라이브 변호사는 “주국무장관은 시한을 연장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주대법원이 시한 연장을 명령한 75년 ‘플로리다 대 에스테바’ 소송을 예로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표차가 근소한 상황에서 주국무장관의 재량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시한연장 심리를 주재하는 테리 루이스 순회법원 판사도 “부재자 투표가 도착하는 17일까지 시간이 있는데 개표 마감을 서두를 이유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법대로 하자’는 부시 진영의 승리를 점치는 견해도 만만찮다. 스티븐 게이 플로리다주립대 법대 교수는 “사실 부시 진영이 이미 질 줄 알면서도 수작업 재개표 중지처분을 낸 것은 시한 준수를 못박은 주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카운티 재검표 결정에 영향〓보고시한 연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 당초 재검표를 하기로 했던 브로워드카운티는 이날 해리스 주국무장관의 시한 준수 결정이 있은 후 재검표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국장은 이날 CNN ‘래리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은 신속성보다 공정성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해리스 장관의 시한 고수 방침이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란 상황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양 후보에 비해 국민이 훨씬 성숙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베트남전, 워터게이트, 르윈스키 스캔들을 겪은 국민이 이제는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선거참모를 역임했던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시 진영은 시한 연장이 결정된다면 수작업 재검표 중지 항소에 나설 것”이라며 “재검표가 완전히 끝나기를 기다리면 대통령 취임 일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므로 시한 고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