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 70년대 칠레 야당 지원공작 밝혀져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0시 07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70년대 초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를 저해하기 위해 칠레 야당들에 비밀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13일 발간된 비밀분류해제문서들에서 밝혀졌다.

아옌데가 1973년 9월 11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 주도의 쿠데타로 전복되기 꼭 3주 전 미국 관리들은 비밀지원금으로 100만달러를 기민당과 사민당 등 야당들과 민간기구들에 승인했다고 문서들은 밝혔다. 기민당은 현재 칠레의 최대정당이 돼 있다.

CIA 비망록에 따르면 쿠데타 이전 실제로 투입된 돈은 겨우 1만3000달러였다.

이 비망록은 쿠데타 발발에 이르기까지의 몇년과 피노체트 집권 17년 동안 미국의 대(對) 칠레관계를 상세히 다룬 국무부와 CIA, 국방부의 문서 1만6000건 가운데 들어 있다.

백악관은 이들 문서에 대한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이 기간 승인한 조치들은 칠레의 정치적 양극화를 악화시켰고 민주선거와 헌법질서 및 법치 존중의 오랜 전통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들 문서엔 사회당 후보인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도록 막고 일단 대통령이 된 뒤엔 그의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한편 유혈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 장군이 권력을 강화하도록 돕기 위해 벌인 미국의 비밀공작사가 소상하게 기술돼 있다.

이들 문서는 아옌데가 1970년 합법적인 칠레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칠레가 제2의 쿠바가 될까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당시 CIA국장인 리처드 헬름스에게 아옌데정부 저해를 재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지 워싱턴대학 국가안보기록보관소(NSA)의 칠레사업국장 피터 콘블룬은 "오늘부터 우리는 미국의 칠레문제 개입역사와 미국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지원사 및 그의 정부가 저지른 인권유린사례의 역사를 재작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AP.AFP= 연합뉴스] jkson@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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