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거 이모저모]'부시승리' 誤報신문 경매 나왔다

  • 입력 2000년 11월 9일 20시 19분


미국 역사상 초유의 재검표 소동을 빚은 올해 미 대통령 선거는 갖가지 화제를 양산하며 9일에도 여전히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대선 다음날인 8일 새벽 성급하게 부시의 당선을 보도했던 미국 신문들이 인터넷 경매상품으로 등장. 온라인 경매회사인 이베이닷컴(ebay.com)에는 8일 붉은색의 큰 활자체로 ‘부시 승리(BUSH WINS)’라는 제목을 단 뉴욕포스트 새벽판이 경매상품으로 나왔다. 부당 0.25달러인 이 신문의 판매가는 30.01달러(약 3만3000원)로 고시됐다고.

1948년 듀이후보가 트루먼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는 오보를 낸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지는 최근 실시된 경매에서 405달러(약 45만원)에 거래됐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높은 50%선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 8일 미국선거연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50.7%로 1992년 대선의 55.09%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72년만의 최저 기록이었던 4년 전의 49.08%보다는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96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박빙의 혈투를 거듭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늘어나 투표율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분석.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으로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힐러리 여사는 2004년에 실시되는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상원의원 임기 6년을 모두 마치겠다고 8일 밝혔다. 클린턴 여사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뉴욕주 신임 상원의원으로 6년간 봉사할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두 달간의 임기 동안 클린턴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동행함으로써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겠다”고 강조.

○…누가 다음 번 백악관에 입성할 것인지 불투명한 가운데 유권자들은 방송사 등이 개설한 토론방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계속. 민주당 지지자인 한 네티즌은 “부시같이 멍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4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정말 미치겠다”면서 “만약 부시가 당선되면 아예 미국을 떠나겠다”고 단언. 부시를 지지한 다른 네티즌은 “고어가 고향인 내슈빌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그가 동성애자를 옹호하고 낙태의 제한적 허용 등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

○…많은 미국인은 “전체 득표에서 고어후보가 앞섰으면서도 선거인단 수에서 부시에게 뒤진다면 이야말로 난센스”라며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를 공격. 그러나 메릴랜드대 저널리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데비 슈와츠는 “유권자는 미국의 앞날을 위해 각자 의사를 밝힌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해야 한다”면서 “내가 아는 한 아무리 박빙의 승부가 나더라도 결국 미국 유권자는 결과를 인정할 것이며 저속한 폭력행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

○…미국 USA투데이지는 8일 이번 대선은 경제호황을 가져온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지 못했으며 유권자들이 정책보다는 후보 개인의 품성을 중요시하는 등 과거의 상식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이상한 선거였다고 보도.

이 신문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후보가 토론회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각 당의 후보가 전통적인 표밭으로 여겨온 주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전문가들을 당혹케 한 요인이었다며 역대 선거에서 진리로 통했던 전통적인 지혜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상당부분 수정됐다고 지적.

○…미 언론의 성급한 ‘부시 당선’ 오보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축전을 보냈다가 황급히 취소하는 등 혼란을 겪었으나 영국 정부는 신중한 내용의 축전을 보내 ‘망신 대열’에서 빠졌다고.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아닌 로빈 쿡 외무장관의 명의로 “부시후보가 실제로 당선됐다면 축하한다”면서 “노동당 정부는 만일 부시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클린턴 행정부와의 밀접했던 협력 관계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축전을 발송.

○…랠프 네이더 녹색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고어 후보의 표를 잠식해 상대적으로 부시 후보를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일부의 비난과 관련해 8일 “고어후보가 패배할 경우 책임은 오직 그에게 있다”고 반박.

네이더후보는 “고어부통령은 주지사로서 형편없는 실적을 가지고 있는 부시주지사에게 압승을 거뒀어야 한다”면서 “고어후보는 현직 부통령으로서의 모든 이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으며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도 확신을 가지고 표를 준 것이 아니라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그를 지지한 것”이라고 지적.

○…미국의 각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는 박빙의 접전이 펼쳐진 이번 선거의 개표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앞다퉈 방문하는 네티즌들로 속도가 크게 느려지는 등 몸살을 앓기도. ABC방송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7일 하루 동안 접속한 네티즌이 2300만명으로 종전 하루 최고기록인 1000만명의 두 배를 넘어섰으며 CNN방송 역시 접속건수가 7500만명으로 종전 기록인 4000만건을 크게 상회.

○…재검표가 진행중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8일 한 교회에서 봉함 상태로 발견된 투표함을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졌으나 개봉해 본 결과 교회용품들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돼 소동이 진정됐다고.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존 클라우저 선거 감독관은 “일부에서 부정선거의 징표가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투표함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투표함’이라고 쓰인 박스들이 선거구에 방치돼 있다가 다음날 회수되는 일은 종종 있으며 그런 박스에는 대체로 전화기나 봉투 등이 들어 있다고 설명.

<홍성철기자·메릴랜드〓윤희상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