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클린턴시대]집권8년 '경제 황금기' 구가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40분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국 최대의 호황기를 8년간 이끌어온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한다.

그는 92년 대선에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유될 만큼 강력한 후보였던 조지 부시대통령을 물리치고 승리, 경제적으로 침체된 미국사회에 희망을 주면서 ‘전후세대 출신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칸소주 리틀록이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알코올중독자인 의붓아버지의 구타와 술주정에 시달리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줄곧 우등생의 길을 걸었던 그의 인생역정은 당시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여자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적어 차선책으로 대통령감 남편을 선택했다’고 당당하게 밝힌 힐러리 여사의 백악관 입성도 세간의 화제가 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초 자유무역주의와 힘의 우위를 앞세운 ‘위대한 미국’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는 약속을 지켜 재정적자 축소와 조세 인하 등 ‘안정 속의 성장’을 실현해 미 경제를 부흥시켰다. 그 공으로 96년 무난히 재선됐다.

그러나 줄곧 스캔들에 시달렸다. 초기에는 부동산 사기 사건 관련설과 72년 아칸소 주지사 후보 시절 선거운동원과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다. 집권 2기에 들어서는 더 심했다. 아칸소주정부 여직원 폴라 존스, 백악관 수습사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도를 넘어선 정도의 성추문이 거푸 불거졌다.

99년 2월에는 불명예스럽게도 탄핵위기를 맞았다.

운 좋게 위기를 넘긴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후반 중동사태, 이라크와 유고 공습 등 국제분쟁에 적극 개입해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교묘히 추구하며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위상을 확인,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49년 이후 사상 최초의 3년 연속 2000억달러(약 260조원) 규모의 재정흑자라는 최대 호황을 이끌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연소인 54세의 나이로 내년에 백악관을 떠나면 그는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힐러리 여사를 외조하는 한편 고향에 ‘클린턴 센터’ 건립을 위해 바삐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박물관, 아칸소대학 부설 ‘클린턴’ 대학원 건립 등 총 1억2500만달러가 들어가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모금에 착수했다.

인권외교로 유명했던 지미 카터 전대통령처럼 세계각지의 분쟁지역을 돌며 중재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가 최근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은퇴 후 고민거리는 섹스 스캔들 처리를 하느라 빚진 529만달러의 소송비 마련이다. 빚을 갚기 위해 초청 연사로 나서고 자서전도 쓸 예정으로 전해졌다.

그는 섹스 스캔들과 두 번의 탄핵 위기, 부동산 사기 사건 개입설 등 잇따른 추문으로 ‘가장 부도덕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대통령’이란 자부심 아래 남은 임기 두 달간 중동사태 중재와 베트남 방문, 북한 방문 등을 계획할 정도로 열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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