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살렘 폭탄테러 이후]이-팔 또 '피의 보복' 예고

  • 입력 2000년 11월 3일 00시 58분


과연 유혈사태의 끝은 어디일까.

2일 오전 잠깐 동안 평화 조짐을 보이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결이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또다시 강경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지역협력장관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하루 전인 1일 가자지구에서 회담을 갖고 폭력사태를 종식시키기로 합의했다.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은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 2일 전화회담을 갖고 협상안을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9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은 ‘기술적인 이유’로 양측의 공식 발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으며 발표를 기다리던 사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페레스와 아라파트의 폭력종식 합의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강경파 하마스 등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투쟁 계속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이날 폭탄 테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상을 좌초시키기 위한 팔레스타인 강경파의 소행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도 지난달 하마스 전사 수십명이 석방된 뒤 자살테러 공격에 대비해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강경파는 몇년 동안 주로 사람이 많은 시장을 테러장소로 이용해 왔다.

폭탄 테러 발생 직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시위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해 이번 테러가 강경파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전 이스라엘측은 폭력 종식을 위해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 바라크 총리의 대변인은 1일 성명을 통해 “1일 밤 가자지구에서 열린 회담에서 안보협력 재개와 폭력 선동 행위 종식을 논의했던 지난달 샤름 알 셰이흐 중동정상회담에 근거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이에 이해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합의는 93년 오슬로 중동평화협정 체결의 주역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페레스 전총리가 1일 밤 가자지구에 있는 아라파트 수반 집무실을 방문해 2시간 가량 회담한 뒤 이루어졌다.

페레스 전총리도 회담이 끝난 뒤 “앞으로 이틀 동안 총격이나 장례 시위가 없다면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오전에는 양측 합의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마을에 주둔해 있던 이스라엘 탱크가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밝히기도 했다.

이에 호응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주민들에게 시위자제를 촉구했고 경찰도 주민들의 시위를 적극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폭탄 테러에 따라 이같은 평화 움직임은 ‘한나절 동안의 소동’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윤양섭·박제균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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