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比 대통령, 사임 계속 거부

  • 입력 2000년 10월 31일 04시 32분


뇌물 수수 의혹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은 30일 행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과 경제조정위원회(ECC)의장직 사임을 밝혔으나 하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맡아온 주요 경제 관련 직위를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아로요 부통령은 그러한 제의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수락을 거부했다고 ABS-CBN TV가 보도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방송 연설을 통해, 불법적인 도박자금 수수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며 적당한 시간이 되면 모든 혐의에 대해 하나씩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 등은 자신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야당이 제출한 탄핵안이 이 헌법절차에 따라 처리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국가 위기타개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오는 3일 국가안보위원회(NSC)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카톨릭 교회, 경제계 등 국가 핵심 분야인사들의 조언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안보위원회에는 아로요 부통령, 전 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와 피델 라모스도 초청됐다고 덧붙였다.

에스타라다 대통령은 페소화의 급속한 가치하락은 특정 금융정책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신뢰부족 때문이라는 아로요 부통령의 견해에 동감한다면서 자신은 ECC 의장직에서 사임하고 그 자리를 아로요 부통령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통신 주파수 경매제 도입 ▲국가 항만 설비와 서비스 합리화 명령 철회 ▲면세점 폐쇄 ▲외국 항공사에 대한 내국 항로의 조속한 개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담화에 이어 군과 경찰 책임자가 등장, 헌법 수호를 공언하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경고, 불복종 운동을 촉구하고 있는 반(反) 에스트라다 인사들을 위협했다.

[마닐라 AP·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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