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정국 혼미…軍政종식 하루만에

  • 입력 2000년 10월 27일 01시 16분


시민봉기로 군정이 붕괴된 코트디부아르에서 시민혁명 성공 하루만에 다시 유혈사태가 발생, 정국 혼미가 거듭되고 있다.

부정선거에 항의, 로베르 구에이 장군의 군정을 무너뜨린 야당후보 로랑 그바그보의 지지자와 외국계 혈통이라는 이유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알라사네 우아타라 전총리의 지지세력이 25일 전국에서 충돌하면서 참극을 빚었다.

이날 충돌은 군정 붕괴와 함께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그바그보가 국영 라디오를 통해 자신이 “코트디부아르 제2 공화국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직후 발생했다. AFP통신은 행정수도 아비장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 공격을 받아 최소한 2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충돌로 2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특히 유혈 충돌은 그바그보를 지지하는 기독교도와 우아타라를 지지하는 이슬람 신도들간의 종교 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33년 철권통치를 이끈 초대 대통령 펠릭스 부아니와 지난해 12월 쿠데타로 집권한 구에이 장군 등 역대 코트디부아르 지도자는 모두 남부 기독교지역 출신이다.

CNN방송은 “우아타라의 지지자들이 선거 무효를 주장,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면서 코트디부아르가 또다시 내전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RDR)을 이끌고 있는 우아타라는 “최고법원의 결정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만큼 야당인사 14명이 참여하는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그바그보 지지자들은 우아타라의 자택 주변에서 우아타라의 지지세력과 충돌했으며 그바그보에 충성을 다짐한 보안군은 우아타라의 자택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유혈충돌 당시 우아타라는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지세력은 수도 아비장에서 도끼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충돌했으며 남서부 항구 도시 산페드로에서도 수백명이 충돌하고 상점이 약탈당했다. 아프리카단결기구(OAU) 의장인 그나싱베 에야데마 토고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선거를 다시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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