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산당위원장 후와]"북-일 수교때 과거사 청산해야"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일본 공산당이 42년 만에 ‘이념’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로의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당 규약을 고쳐 ‘사회주의 혁명’ ‘계급투쟁’ 같은 공허한 마르크스레닌주의 용어를 삭제하고 ‘노동자계급의 전위정당’ 대신 ‘노동자계급의 당이자 일본국민의 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 최근 여당인 자민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자 다른 야당과의 연립정권 구성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사전포석인 측면도 있다. 당대 최고의 이론가인 후와 데쓰조(不破哲三·70) 일본공산당 위원장을 만나 변화의 계기와 전망을 들어봤다.

―정책변화의 계기는….

“자본주의를 넘어서 사회주의를 달성한다는 최종목표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로선 자본주의속에서 민주주의 개혁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다. 전후 일본국민은 공산당에 저항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본공산당의 당면 목표는….

“현재 20석 정도인 중의원 의석을 100석 정도까지 늘려나가고 민주연합정권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이를 위해 당 규약이나 조직 운영방식 등을 알기 쉽게 고치고 일본을 민주적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쉽게 당 조직을 바꾸겠다.”

―일본공산당이 지향하는 일본 사회는….

“군사 외교적으로는 외국기지 없는 독립국가를 지향한다. 또 국내적으로는 사회보장 국민생활에 국가예산을 주로 사용하는 복지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평화헌법을 지키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북―일국교정상화 교섭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청산이 먼저냐, 납치의혹 해결이 먼저냐를 놓고 논란이 많다. 일본 정부는 모든 것을 일괄 타결하려 하지만 우선 국교정상화와 함께 과거사를 청산하고 나머지 문제를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다.”

―일본 우익화 경향이 심각한 정도가 아닌가.

“정치와 언론이 나서서 우익화를 조장하고 있다. 정치가들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니까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세계적으로 보면 군사동맹이 점차 느슨해지고 있는데 일본만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국가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문제라서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방참정권은 주민생활과 관련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한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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