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국 정상회담 폐막]아랍정상 이-팔 평화해결 촉구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아랍국가인 튀니지는 22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한다고 튀지니 국영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튀니지는 이날부터 이스라엘 텔아비스의 자국 대표부와 자국내 이스라엘 대표부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아랍 15개국 정상들은 2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보호를 위한 유엔 다국적군 파견 △팔레스타인 학살범 처벌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 △팔레스타인 지원기금(10억달러 규모)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이틀간에 걸친 아랍정상회담을 폐막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군 정예부대인 공화국 수비대 소속 함무라비 사단이 이스라엘과 근접해 있는 요르단 국경을 향해 이동중이며 미국은 추가 병력 이동이 있을 경우 이라크에 경고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이스라엘의 하레츠지가 22일 보도했다.

아랍 정상들은 이날 폐막성명에서 “최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일어난 유혈분쟁은 이스라엘의 과잉대응 탓”이라며 “책임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고 선언하는 한편 유혈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아랍정상 회담에서는 정상들이 대(對)이스라엘 단교 등 구체적인 제재방안에 대해서 논의했으나 아랍권 전체의 제재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아랍정상들은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조치를 자체 판단에 따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집트 요르단 등 온건파 아랍국가들이 전면적인 이스라엘 제재에 반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담 주최국인 이집트 등은 전쟁이 대안이 아니며 평화만이 사태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대신해 정상회담에 참석한 리비아 대표들은 21일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지나치게 온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회담장에서 퇴장했다. 이라크와 예멘도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지하드(聖戰)’나 군사행동을 주장했다.

특히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1일 정상회담 연설에서 “이스라엘 주민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집단 학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티파다(봉기)’가 앞으로 곳곳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나흐만 샤이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매우 도발적이고 극단적인 무모한 주장”이라고 비난하면서 “아라파트가 샤름알셰이흐 협정을 이행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1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및 아라파트 수반과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양측이 폭력사태 종식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이날 150만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대 이스라엘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랍정상회담중인 21일에도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간에 연쇄 유혈충돌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10대 소년 등 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