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외교전 격화…양안관계 소용돌이 예상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중국과 대만의 불화가 불꽃튀는 외교전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10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포럼’에 아프리카 40여개국 장관을 초청하면서 대만과 수교한 말라위와 라이베리아를 옵서버로 참석시켜 대만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각국에 대해 대중국 채무를 감면할 것이라고 구슬리면서 “대만과 수교한 나라에 대해서는 채무를 감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아 대만과 단교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중국은 또 대만의 건국기념일인 쌍십절(10월10일)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태평양의 소국 솔로몬제도에 대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 불참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라면 솔로몬제도는 6일 외무장관을 대만에 파견해 주타이베이(臺北)대사관 준공식을 마치고 10일 쌍십절 행사에도 외빈으로 참석토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솔로몬제도 외무장관 영접을 위해 6일 공항으로 나갔던 대만 관리들은 헛걸음을 했다. 대만의 석간 중시만보(中時晩報)는 솔로몬제도 외무장관이 쌍십절 행사 하루 전날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9일 전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에 자극받은 대만은 급기야 달라이라마 카드를 빼들었다. 대만 언론들은 달라이라마가 내달 28일 대만을 방문하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국빈 예우를 갖춰 맞이하기로 했다고 정부소식통의 말을 빌려 전했다. 1959년 티베트를 탈출해 인도에 망명정부을 세운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분리주의를 선동한다고 해서 중국이 극히 기피하고 있는 인물.

대만은 리덩후이(李登輝) 전총통때도 달라이라마의 방문을 ‘일반 종교인’ 자격으로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계획대로 천총통이 달라이라마를 국빈 예우로 맞을 경우 이는 사실상 ‘티베트 망명정부’를 공식 인정하는 셈이 돼 양안 관계가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나아가 대만은 이번 달라이라마 방문때 달라이라마가 과거와 같은 난민신분증이 아니라 미국 여권을 사용해 입국토록 해 중미관계의 악화까지도 꾀하고 있다.

중―대만 외교전이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민진당 집권 후 처음으로 맞는 쌍십절에 국민당과 친민당이 참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 ‘내분’까지 겹치고 있다. 국민당의 우보슝(吳伯雄) 부주석은 불참 배경과 관련해 “민진당이 쌍십절 행사를 거행하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국민당이 건국한 중화민국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짜 불참 이유는 민진당의 대만분리독립 성향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소야대 형국 아래 적전 분열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강조하며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 양측의 외교전은 내달 달라이라마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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