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사상최대 反政시위]전국 민중봉기 양상

  • 입력 2000년 10월 6일 0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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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학살의 주범이자 독재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운명이 마침내 거센 민중의 퇴진 요구에 굴복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대통령 선거의 부정개표로 촉발된 유고 사태는 5일 사상 최대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정권의 상징인 연방의사당이 점거되면서 민중봉기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유고 야당이 밀로셰비치 대통령 축출을 위해 국민에게 ‘베오그라드 집결’을 호소한 5일 새벽부터 수십만명의 군중이 전국 각지에서 베오그라드로 몰려들었다.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은 이날 사상 최대규모의 집회를 열어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로 했다.

밀로셰비치 정권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베오그라드의 연방의사당 건물은 5일 오전부터 계속된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공방 끝에 결국 이날 오후 점거됐다. 수백명의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의 진입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찰은 시위대에 압도돼 해산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다.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주요 거리를 가득 메운 베오그라드는 수천명단위의 시위대가 곳곳에서 가두 행진을 벌이면서 “밀로셰비치는 즉각 퇴진하라”고 외쳤다. 외신에 따르면 베오그라드에 진입하는 외곽도로와 유고 제3의 도시인 니시 등 지방도시에선 경찰이 사실상 통제를 포기한 상태. 지하 방송인 B2―92는 “시위대 일부는 불도저를 앞세우고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었다”고 보도했다.

밀로셰비치 정권의 손발노릇을 해온 군과 경찰도 점차 시위대에 동조하고 있다. 3일 광원 7000여명이 파업중인 콜루바라 탄광에 투입된 군경이 농성에 합류한 데 이어 4일 광원 7500여명이 파업을 벌이며 농성중인 콜루바라 탄광에 투입된 군경도 농성에 동조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이날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와 야당 지지자 1만여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이 탄광에 집결했다. 이 때 일부 군경 병력은 코스투니차 후보가 광원과 지지자에게 연설할 때 헬멧을 벗고 군중과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5일에는 세르비아 국영방송의 직원 150명이 야당측에 합류하는 등 정권 외곽의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법관 대부분이 밀로셰비치 지지자로 구성된 헌법재판소는 5일 선거의 원천무효와 재선거 실시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했을 뿐이다. 밀로셰비치가 시간을 벌기 위해 꾸미고 있는 술수로 받아들여졌다.

야당 지도자들은 6일 오전까지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사태를 책임질 수 없다는 최후통첩까지 보낸 상태다.

<박제균·이종훈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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