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대선]밀로셰비치측 결선투표 강행 방침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23분


24일 실시된 유고연방 대선에서 야당인 세르비아민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측이 다음달 8일 결선투표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유고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측은 대선 개표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다음달 8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노비사드 라디오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집권당인 세르비아사회당(SPS)의 고리차 가예비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37%가 개표된 현재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45%의 득표율로 40%의 코스투니차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면서 "(어느 후보도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DOS측은 "유권자 780만명중 544만명이 투표, 65%가 개표된 상황에서 코스투니차 후보가 55.3%를 득표해 34.7%를 얻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며 "결선 투표는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DOS의 고위 당직자 체도미르 요바노비치는 "DOS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27일 오후 8시까지 선거결과를 발표하도록 공개 요구한다"며 "그때까지 공식발표가 없을 경우 의회 앞에서 자체 집계결과를 발표하고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은 선거패배에 직면한 밀로셰비치가 계속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위기국면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소는 밀로셰비치가 선거결과를 조작해 일단 결선투표를 선언하고 결선까지의 2주간을 이용, 몬테네그로 등에서 위기를 조장한 뒤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선거를 아예 무효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25일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선거 패배를 시인하고 물러날 경우 유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으며 독일 영국 EU 등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야당의 승리를 지지했다.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유고 선거에서 심각한 부정행위는 없었다"며 "유고에 대한 제재조치는 즉각 해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제균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phark@donga.com

▼밀로세비치 진영…침묵일관 난국탈출 '시간벌기'▼

24일 유고연방 대선 이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측의 움직임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라디오 방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파 매체들은 선거 전날인 23일부터 폐쇄됐다.

야당측 개표 집계 결과를 발표하던 한 라디오방송도 심각한 전파 방해를 받은 뒤 끊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삼엄한 경계 속에 대통령 관저에서 부인인 미라 마르코비치 및 핵심 측근들과 밤새 불을 밝히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개표결과 발표를 뒤로 미루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관측이다. 연방선관위 관계자는 25일 “오늘은 기자회견이 없을 것”이라며 “빨리 귀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선거 직전 ‘정권교체 수용’ 의사를 밝힌 군부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구 유고연방의 일원이었던 크로아티아 공화국의 스티페 메시치 대통령은 이날 “밀로셰비치에게 더 이상 정치적 미래가 없으며 권력만이 그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피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권력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당인 세르비아사회당의 고리차 가예비치 사무총장은 “중간 집계 결과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이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도시지역에서의 패배를 인정한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코스투니차 진영…수만명 거리집회 "이겼다" 자축▼

“밀로셰비치는 자결하라.”

“세르비아를 구하자.”

25일 유고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공화국 광장 등 중심가를 가득 메운 4만명 이상의 야당 지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대선 및 총선 승리를 자축했다. 제2, 제3의 도시인 노비사드와 니시에서도 수천명이 승리를 자축하는 집회를 가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야당인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나의 승리를 확신한다”며 “밀로셰비치가 선거결과를 조작하려 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승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데이터로 볼 때 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 완승을 거두었음에도 밀로셰비치가 2차(결선) 투표로 몰고 가려한다”고 비난했다. 광장에 모인 군중들도 “우리는 당장 승리를 원한다.” “2라운드는 필요 없다”고 외쳤다.

체도미르 요바노비치 DOS 대변인은 의회 하원선거에서도 DOS가 59석을 얻어 43석을 얻은 여당에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구 유고연방의 일원이었던 크로아티아 공화국의 스티페 메시치 대통령은 코스투니차 후보에 대해 “코스투니차는 스스로를 민족주의자라고 말하는 등 결코 ‘천사’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다만 밀로셰비치보다는 덜 위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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