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를 달린다]부랴트 자치구 유목민족 전통 고수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5분


우스티오르딘스키 부랴트 자치구. 시베리아에 사는 70여 소수민족 중 하나로 몽골계의 유목민족인 13만6000여명의 부랴트인들이 모여 산다.

이들이 모여 사는 민속마을 입구에서 취재팀은 숯불 위를 통과하고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얼굴에 숯검정을 한 번 찍었다. 부정한 기운이 마을이나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정결(淨潔) 의식. 8각형으로 된 통나무집 안에 자리를 잡자 집주인은 ‘타라순’이라는 보드카를 먼저 한잔 마시고 둘째 잔은 바닥을 파서 만든 화로에 부은 뒤 다시 잔을 따라 손님에게 권했다. 우유로 만든 보드카는 물처럼 맑았으나 요쿠르트 냄새가 심하게 났다. 그러나 ‘원샷’으로 단번에 들이켜야 했다. 주인이 주는 술잔을 거절하면 ‘적이라는 선언’이 되기 때문.

부랴트 음식은 고기와 우유로 만든 것이 대부분. ‘부지’라는 만두를 내왔는데 속부터 먼저 꺼내 먹는 방법이 독특했다. 부랴트 남자들은 ‘바릴단’이라는 격투기와 말타기에 능하다. 여권(女權)은 매우 낮은 편으로 부자는 3, 4명의 부인을 거느릴 수 있다. 니콜라이 표도르비치가 이끄는 민속합창단이 아코디언처럼 생긴 ‘수르’라는 전통악기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 내용은 “말(馬)이 마누라보다 낫다”는 것.

그러나 부랴트인들은 사랑하는 아이를 절대로 때리지 않고 모든 사물에는 정령(精靈)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무 하나도 함부로 베지 않는다고 한다.

민족박물관의 리디아 보리소브나 관장(여)은 “점점 자치구의 인구도 줄어들고 전통문화를 지키기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많은 젊은이가 술과 마약에 빠지는 등 소수민족으로 급변하는 현대적 생활양식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우스티오르딘스키〓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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