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러 가스전 개발 참여…이르면 2008년 국내 공급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36분


우리나라가 세계최대 규모의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한다. 이르면 2008년부터 시베리아로부터 지하 배관망을 통해 천연가스를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급을 위한 배관망은 북한을 경유하는 방안이 추진돼 남북을 잇는 ‘에너지벨트’의 가능성도 주목된다.

산업자원부는 7일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개발 및 배관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우리나라가 러시아 중국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한―중―러 3국은 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차 가스전 개발 실무회의에서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타당성 조사 사업 한국 참여에 관한 3자간 협정(안)’에 가서명했다. 3국은 곧 본격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 내년 말까지 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조사 결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스전 개발 및 배관 건설 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2008년부터 30년간 매년 700만t의 천연가스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규모는 국내 연간 가스 소비량의 절반에 이른다.

산자부 이감렬(李鑑烈)자원정책심의관은 “기존의 수입 비용에 비해 25∼30% 저렴한 가격에 들여올 수 있어 30년간 100억∼15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을 경유하는 배관망의 성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당초 배관망 노선은 중국 서부지방을 거쳐 서해 해저를 통해 들여오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최근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 신의주를 경유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르쿠츠크 가스전은 러시아 연방 이르쿠츠크시 북방 450㎞에 위치해 있으며 확인된 매장량이 8억4000만t(추정치 12억t)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특히 우리나라까지 연결될 경우 배관망 길이는 4115㎞로 세계 최장이 된다. 97년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은 잠정 확인됐다.

한국은 95년부터 이 가스전 개발에 공동참여를 시도해 왔으나 중국측의 소극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다가 7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중국방문시 한국참여를 이끌어내 상황이 급진전됐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