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10억달러 이상 18개사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섰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C인사이츠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억달러 이상의 설비 투자를 한 기업은 9개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18개 기업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경기 정점 논쟁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앞으로의 반도체 경기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PC의 고성능화와 디지털 가전, 이동통신 단말기 등의 수요증가가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투자규모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미국의 인텔과 모토로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일본의 NEC와 히타치, 대만의 위탁생산업체인 TSMC와 UMC그룹, 유럽의 필립스와 ST마이크로,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었다.

투자액으로는 인텔이 6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으며 투자액 증가율로는 필립스가 202%로 선두를 달렸다. 특히 도시바와 히타치, NEC 등 일본의 3대 반도체 기업은 최근 2001 회계연도(2001년4월∼2202년3월) 투자규모를 최근 9040억엔(약 9조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투자규모가 가장 많았던 96회계연도의 8870억엔을 훨씬 웃도는 사상 최고치.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33%가 증가한 24억달러로 투자액 기준 3위를 차지했지만 다른 기업들이 대부분 플래시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쪽 설비 투자를 늘린 데 비해 D램 분야의 생산라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라인 신증설과 기존 생산설비 보완 등 반도체 분야에만 올해부터 2002년까지 1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 분야에서는 유독 삼성전자만 과감한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며 “재원이 풍부한 데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라인 증설보다 수율 향상 등 업그레이드에 치중하는 시점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반도체 업계 전체로 보면 D램보다는 플래시메모리와 CPU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보다 100%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텔사는 뉴멕시코주에 새로운 CPU 생산라인을 증설중이며 일본의 3대 반도체 업체도 플래시메모리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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