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65년 한일수교 개입"…日에 식민지배 사과요구

  • 입력 2000년 8월 21일 06시 59분


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 체결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일본측에 식민지 지배에 대해 한국측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등 한일회담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사히신문 ‘일한문제 특별취재반’은 최근 비밀 해제된 미국의 한일회담 관련 문서 수백쪽을 미 국립공문서 보관소에서 찾아내 주요 내용을 21일자에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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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일수교 개입]'청구권 4억-무상 3억달러' 제의

이들 자료에 따르면 에드윈 라이샤워 주일 미국 대사는 64년 11월 한국에 대한 사과에 부정적이었던 시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郞) 일본 외상을 만나 한국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주일 미 대사관 직원들도 일본 외무성 간부와 만나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65년 6월에는 주일 주한 미대사에게 전문을 보내 각각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총리와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을 만나 “교섭을 즉각 끝내도록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이름으로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한일 회담의 쟁점 중 하나였던 청구권 액수 결정에도 개입해 청구권은 4억달러, 무상공여액수는 3억달러가 적당하지 않느냐고 제시하기도 했다. 한일 양국은 지금까지 회담 의사록을 공개하지 않은데다 미국측이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미국측 자료는 한일 두 나라의 수교 과정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평가했다.미국이 한일회담 교섭에 개입한 것은 베트남전쟁 등 공산권과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과정에서 아시아의 동맹관계를 안정시키고 일본측에 한국을 지원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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