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멸종 막자" 濠환경기업 上場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02분


5월, 호주의 증권거래소에는 지구 피난처(Earth Sanctuaries Ltd·약칭 ESL) 라는 이색적인 이름의 기업 하나가 상장됐다. 대학 수학강사 출신 존 옴즐리(62)가 설립한 이 회사의 주요 사업내용은 멸종위기에 처한 호주의 야생 동식물 보호.

환경보호단체와 일반기업의 형태를 접목한 첫 사례로 꼽히는 이 회사는 상장되자마자 각국의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주주가 되겠다고 몰려들어 호주 주식시장에서 큰 화제가 됐다. 현재 전 세계 6500여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호주 돈으로 1달러 70센트(약 1100원) 가량.

옴즐리가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후원자들이 내는 환경 보호 기부금만으로는 생태계 보전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야생 동식물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호주에서는 200여년전 서양인들이 정착한 이래 41종의 동물이 멸종하고 100여종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농업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나 동물을 막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천적 동물이 과잉 번식하면서 생태계가 엉망이 됐다. 무분별한 개발로 200년전에 전 국토의 9% 가량을 차지하던 산림지대가 지금은 채 5%도 남지 않았다.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나 코알라 등 유대(有袋)동물의 경우만 해도 200년전에는 최소한 144종이 살고 있었지만 벌써 10종이 사라지고 19종은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이에 따라 호주 정부와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전국 곳곳에 야생 동식물 보호 구역을 마련하는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회사의 수익은 주로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 입장료와 야영지 운영, 기념품과 음식물 판매 수입 등을 통해 얻어진다. 회사를 상장하면서 전체 주식의 25%를 매각해 마련한 1200만 호주달러(약 78억원)로는 멸종 위기 동식물의 서식지 마련과 연구 조사 등에 사용했다.

옴즐리는 "회사를 설립해 발생한 이익으로 환경 보호 사업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정당한 방법" 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에게는 배당금과 주가 시세차액과는 별도로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3개의 야생 동물 보호구역 입장료 가운데 20%를 할인해 주며 각종 주말 프로그램에 초대하기도 한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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