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베네수엘라대통령, 미국반대 불구 이라크 방문

  • 입력 2000년 8월 11일 00시 07분


중동을 순방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0일 걸프전(1991년) 이후 세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바그다드에서 북동쪽으로 190㎞ 떨어진 이란과의 국경도시 알문지리야를 육로로 넘어 이라크 정부측의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환영식에는 타하 야신 라마단 부총리와 아메르 라시드 석유장관 등 이라크 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직접 참여했으며 차베스 대통령이 도착하자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환영식장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 등 서방의 비난을 의식한 듯 “베네수엘라는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며 “(이라크 정부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환영식이 끝난후 차베스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보낸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바그다드의 사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바그다드의 대통령궁으로 직행해 후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우호관계 강화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차베스 대통령의 방문이 미국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라크 관영 일간지들은 “환영, 차베스 대통령” “차베스의 용기있는 방문” 등의 제목과 함께 차베스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민주국가의 지도자인 차베스가 독재국가인 이라크를 방문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며 유엔과의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측은 차베스의 중동 순방은 내달 27∼30일 카라카스에서 개최될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상회의에 앞서 의장국으로서 회원국들의 결속 도모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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