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연회의' 美개막]세계 120개국 4000여명참가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09분


“매년 세계에서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400만명이 죽어가고 있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흡연과의 성전(聖戰)을 선포한다.”

흡연의 폐해와 이에 대한 건강대책을 촉구하는 제11회 ‘세계 금연 건강 회의’(WCTORH)가 6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7일 전했다.

세계 120개국에서 4000여명의 의학전문가와 공중보건 관리들, 반(反)흡연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회의는 세계보건기구(WHO), 미 의학협회(AMA)와 암협회(ACS) 등이 주관하고 있으며 11일까지 계속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97년 중국 베이징 회의에 이어 3년만에 열리는 것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반흡연 대책을 각국 정부와 관련 기관에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임이 채택할 선언과 조치들이 최근 미국에서 집단 소송 패소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게 된 담배회사들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WHO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연설을 통해 “올해에만 흡연 관련 질환으로 약 4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며 “‘흡연 퇴치를 위한 성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공동의장인 토머스 휴스턴 AMA 과학공중보건국장은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휴스턴 의장은 “1950, 60년대 각국 정부가 일치 단결해 벌였던 소아마비 퇴치운동과 같은 조치가 흡연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며 “흡연은 마약처럼 치료가 가능한 육체적 의존상태”라고 지적했다.

WHO는 “중국의 흡연인구가 미국의 전체인구를 이미 넘어서는 등 2030년에는 흡연 관련 질환자의 70%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것이며 이로 인해 취약한 개도국의 보건체계가 황폐화될 게 분명하다”고 내다봤다.AMA의 랜돌프 스모크 박사는 “가장 시급한 대책은 각종 반흡연 캠페인을 통합해 ‘죽음의 상인들’(담배회사)과 맞서는 것”이라면서 “광고와 세금, 시민단체, 금연법 등이 포괄적으로 합쳐진 반흡연 캠페인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니코틴 중독에 관한 연구결과와 담배회사들의 시장 전략 등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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