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정상회담 첫날]클린턴 지각…시위…어수선

  • 입력 2000년 7월 21일 18시 50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선진 8개국(G8) 정상들은 2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 나고(名護)시에서 사흘 동안 국제적인 현안을 논의하는 정상회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클린턴 미 대통령이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데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일본현지인들의 시위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20분 힐러리여사 대신 외동딸 첼시와 함께 전용기편으로 나하(那覇)공항에 도착. 클린턴은 현직 미 대통령으로서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40년 만에 오키나와를 방문한 것이며 72년 오키나와가 미군통제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후에는 처음.

캠프 데이비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동평화협상 때문에 하루 늦게 도착한 클린턴 대통령은 체류일정을 단축해 당초 예정된 23일 오후 5시보다 몇 시간 일찍 미국으로 귀국할 예정.

○…일본인들의 많은 관심 속에 클린턴 대통령이 찾아가 연설을 한 ‘평화의 비’에 새겨진 오키나와 전쟁 희생자 23만7729명 가운데는 한국인 313명도 포함. 이들은 2차대전 말기 오키나와로 끌려와 강제노역 등을 하다 이국 땅에서 쓸쓸히 숨져간 사람들.

○…예정대로 20일 도쿄(東京)에 도착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5개국 정상은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 정상들과 만나 개도국 문제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상견례. 그러나 이 자리에는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총리가 불참해 다소 김빠진 분위기.

개도국과의 회동이 끝난 뒤 일부 정상들은 개별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밤늦게 오키나와에 도착. 특히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등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특별히 요청.

○…일본당국은 20일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 근처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21일 회담장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에 따라 2만2000명의 무장경찰을 배치. 그러나 주민은 물론 비정부기구(NGO)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 경찰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국경없는 의사회’와 ‘주빌리 2000’등 NGO 5개 단체 대표는 21일 오전 요시로 총리의 숙소를 방문해 G8정상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달. NGO대표는 이 메시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해 달라고 당부.

이와는 별도로 세계빈국대표로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타보 음베키 남아프라카공화국 대통령,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G8정상들에게 빈국 부채탕감을 호소하기 위해 20일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의장을 방문.

<오키나와〓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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