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독극물 사과' 연기…문안내용 수위놓고 이견

  • 입력 2000년 7월 21일 00시 54분


미군의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과 관련해 미8군 사령관이 20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서울시장에게 공식 사과키로 했으나 사과 수위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일단 연기됐다.

서울시 이철수(李哲秀)공보관은 “미군측과 서울시가 이날 오전 협의를 했으나 사과수위 등을 둘러싼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어 사실상 오늘은 방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군측이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의 김승규(金承珪)환경관리실장 등과 주한미군의 마이클 던 미8군 부참모장 등은 미대사관에서 5시간에 걸쳐 사과 수위와 문안의 내용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사과문 전달이 무산된 것은 당초 주한미군이 만든 사과 서한 초안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대신 대니얼 페트로스키 미8군사령관(육군 중장) 개인의 감회 등 사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 있어 서울시가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독극물 방류 사건을 처음 폭로한 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한 사과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독극물 방류 사건은 서울시민만이 아닌 전국민이 피해자이므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정책실장은 “3일 주일미군의 여중생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일본의 경우 주일미군사령관이 일본 국민에게 사과했고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과 직접 독극물 방류를 지시한 앨버트 맥퍼랜드 미8군 영안소 부책임자를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도 20일 오전 서울시로 공문을 보내 “주한미8군 사령관이 서울시장을 방문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며 사과 거부를 요구했다.

<서영아·정연욱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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