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푸틴 회담 의미]中-러 '밀월시대' 개막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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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北京) 방문을 계기로 중―러 양국이 전례 없는 ‘밀월시대’에 돌입했다. 양국의 밀월은 러시아의 신아시아 전략, 즉 ‘아시아 중시’ 정책에 따른 필연적인 수순이다.

푸틴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인 96년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나 당시에는 몇 가지 장벽 때문에 구호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이 6월말 내놓은 신외교정책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과의 긴밀한 협력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동북아 정세가 급한 변화의 물살을 타자 역내 강대국으로서의 역할 확대를 꾀하며 ‘슈퍼 파워’ 미국을 견제해야만 하는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양국의 밀월 선언은 그래서 가능했다.

그러나 러시아 언론과 관계전문가들은 양국관계가 과거와 같은 ‘철의 동맹관계’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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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군사 분야〓장주석과 푸틴대통령은 군사 외교 경제 등 다방면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독주를 막고 다극화 질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두 정상이 미국이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강력히 반대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함에 따라 미국의 입장이 크게 난처해질 전망이다. 유럽 등에서도 NMD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중―러의 공동전선은 자칫하면 전통적인 미국과 서유럽의 결속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까지 있다.

양국 정상은 또 6월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정세를 화해국면으로 바꿨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적극 협조키로 함으로써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특히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경제 분야〓러시아와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외교 군사 분야 못지 않게 경제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실이 양국 정상이 서명한 베이징선언으로 나타났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10개년 경제사회발전강령’을 채택,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지속해 2010년까지 러시아 경제를 완전 회복시킬 계획이다. 그가 이번 방중때 다수의 경제각료를 대동하고 외국투자유치 등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깊은 관심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베이징·모스크바〓이종환·김기현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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