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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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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이어 21∼23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푸틴은 9월초 일본을 다시 방문해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며 이 무렵 한국을 방문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동북아 순방은 러시아가 유럽 중심 전략에서 탈피해 아시아 중심 전략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10일 발표한 ‘신외교 원칙’에서 아시아를 ‘최우선 외교 대상 지역’으로 지목했다. 푸틴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북한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과 연대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타르타스 통신도 17일 푸틴의 중국 및 북한 방문이 정치 군사적으로 강력한 의미를 갖는 모스크바―베이징―평양 축 구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방문〓푸틴 대통령은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공동 대응, 에너지 및 금융분야 협력 등에 관한 공동선언을 비롯해 5개 이상의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푸틴의 아시아 전략의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러―중 공조를 바탕으로 탈냉전 이후 유일 슈퍼 파워로 부상한 미국에 맞서겠다는 것이 그의 ‘강한 러시아’ 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북한 방문〓푸틴은 1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김일성(金日成)주석 사망 이후 첫 양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측 정상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보, 지역간 경협을 비롯한 양국간 경제협력 등에 관한 공동선언에 서명할 예정이다.
한반도 및 주변 상황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발레리 데니소프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가 17일 밝혔다. 이에 앞서 알렉산데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3일 푸틴의 북한 방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과 군사협력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북한 홀대’에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남북한 등거리 외교의 부활을 시도하면서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 러시아 외교의 선택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문〓푸틴은 G8 정상회의 기간 중 모리 일본총리와 단독회담을 갖고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12일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양국이 올해 안에 평화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푸틴이 미일 상호 방위조약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의 협조를 축으로 한 전통적인 동북아 안보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