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나치 노역자 150만명 배상"…1인당 최고 8백만원

  • 입력 2000년 7월 13일 23시 29분


독일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됐던 유대인과 폴란드인 등 150만명에게 배상을 실시키로 했다. 이를 위해 17일 국제협정을 체결한다.

전후 55년만에 이뤄진 독일정부의 이번 조치는 과거의 잘못을 숨김없이 인정하고 참회와 함께 적절한 배상을 함으로써 과거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려는 독일인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의 강제노동에 대해 배상을 해줄 수 없다는 일본정부의 기본 입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55년만의 배상〓독일 정부 대변인은 12일 나치로부터 피해를 본 외국인들에게 배상하기 위해 미국 이스라엘 폴란드 러시아 체코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국제협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협정은 17일 베를린에서 이뤄진다.

협정이 서명되면 나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사실상 종결돼 피해자들은 앞으로 독일 기업 등에 대해 더 이상 개별소송을 낼 수 없게 된다.

독일 재계와 미국 변호사들에 의해 강제노역 배상을 위해 설립된 피해보상재단측은 배상기금으로 모두 100억마르크(약 5조3600억원)를 조성키로 했다. 절반을 독일 정부가, 나머지는 독일 기업들이 출연한다.

배상 협정이 공식 서명되면 당시 강제노역자들은 1년 안에 배상을 청구해야 하며 1인당 최고 1만5000마르크(80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독일 정부는 전세계에서 모두 147만명 가량이 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치 치하에서 강제노역한 사람 가운데 23만9000명은 미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이 당초 출연키로 약속한 배상기금 50억마르크 가운데 지금까지 30억마르크만 확보된 상태.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귄터 그라스 등 독일지식인들은 이날 신문 전면광고를 내고 “배상기금 마련을 위해 전국민이 20마르크(약 1만1000원)씩을 기부하는 모금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독일 복음주의 교회측도 나치 당시 강제노동력을 활용한 점에 대한 사과와 함께 보상기금 1000만 마르크를 기부할 것임을 12일 약속했다.

▽일본의 경우〓2차 대전 당시 100만명이 넘는 조선인을 징용과 징병으로 끌어가고 수만명의 조선 여성을 정신대라는 성적 노리개로 만들었던 일본은 국가차원의 배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법적처리 절차가 끝났으며 단지 해당기업을 상대로 개별적인 소송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은 4월28일 징용 징병피해자 가운데 재일교포에 대해서만 생존자에게는 400만엔(약 4080만원), 유족에게는 260만엔(약 2650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베를린·도쿄외신종합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