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중 뇌물수수사건' 日정계 시한폭탄…거물 연루說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44분


‘지하경제의 대부’로 불렸던 재일동포 부동산업자 허영중(許永中·53·구속)피고를 주역으로 한 대형 뇌물수수사건이 일본 정계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5일 나카오 에이이치(中尾榮一·70)전건설상과 비서를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한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9일 두 사람으로부터 “와카치쿠(若築)건설로부터 3000만엔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지금까지 나카오 전 건설상은 “비서가 빌린 돈이라 모르겠다”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나카오 전 건설상의 구속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일본정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허피고는 1996년 와카치쿠 건설의 이시바시 히로시(石橋浩)회장에게 접근해 85억엔의 돈을 빌린 뒤 이 중 10억엔을 정계인사에게 ‘수주청탁을 할 때 써달라’며 준 것으로 밝혀졌다. 허피고는 그 후 이 건설회사로부터 179억엔의 약속어음을 사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허피고가 이시바시 회장에게 건넨 돈 중 상당액이 정계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거물이 걸려들 가능성이 크다.

일단 지난달 작고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총리도 비서였던 친동생 와타루(亘·지난달 선거에서 중의원에 당선)를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와타루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자민당 에토 가메이파를 이끌고 있는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정조회장도 의혹을 받고 있다. 가메이 정조회장도 건설상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허피고와도 친분이 있다.

다케시타 전총리와 가메이 정조회장이 허피고의 소개로 이시바시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은 와카치쿠건설측이 허피고를 고소할 때 낸 ‘진술서’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검찰이 이를 근거로 수사를 확대할지가 관심거리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개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수사와 관계없이 이 문제는 이미 정치쟁점화 됐다. 민주 공산 자유 사민당 등 야 4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따지겠다고 벼른다. 또 정치인이 청탁을 해주고 돈을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알선이득죄 처벌법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여야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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