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로금리' 내달 해제될듯…은행 수뇌부 중단 시사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50분


지난해 2월 시작된 일본은행(중앙은행)의 ‘제로금리정책’이 곧 해제될 것 같다.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고 경기가 바닥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일본은행 수뇌부가 제로금리정책을 그만둘 가능성을 잇따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8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제로금리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다음달 4일 나오는 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 결과 기업수익이나 설비투자의 상승세가 확인되면 다음달 17일 금융정책회의에서는 해제할 것으로 믿고 있다.금융선물시장에서는 28일 9월물 선물금리가 연 0.32%까지 오르는 등 단기금리가 오르고 있다.일본은행은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거듭 침체되자 작년 2월 이틀짜리 무담보콜금리를 사실상 0%로 유도하는 제로금리정책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자금조달 비용이 대폭 줄어 경영이 개선됐고 기업들의 자금부담도 가벼워졌다. 그러나 이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가계 이자소득이 줄어들고 저축률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본은행총재와 후지와라 사쿠야(藤原作彌)부총재는 봄부터 제로금리정책 해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거듭했다. 제로금리정책을 해제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을 계속 내던 야마구치 유타카(山口泰)부총재도 19일 “해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해 금융정책위원회 내부 의견이 한데 모였음을 드러낸 바 있다.제로금리정책이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진 것은 기업들의 경기회복 추세가 뚜렷하고 고용환경도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약처방인 제로금리정책을 지속할 경우 더 이상 금융정책이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우려도 높다. 그러나 정부여당 안에서는 아직 때가 아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소비가 아직 저조하기 때문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에는 제로금리정책을 해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제로금리정책을 중단하면 일본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역류함으로써 미국 증시 등 세계 금융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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