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소년 귀국]엘리안 부친'勝'…마이애미 친척들 '敗'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쿠바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가 결국 쿠바로 돌아감으로써 그의 신병처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온 관련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인터넷판 타임 닷 컴(time.com)은 ‘엘리안 사건’의 승자와 패자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승자▼

최고 승리자는 엘리안과 그의 아버지 후안 미겔 곤살레스다. 엘리안은 아버지와 행복하게 결합해 고향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엘리안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었고 미국에서처럼 자유롭게 살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런 것은 여섯살짜리 소년에게 그다지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의 아버지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을 찾아와 아들을 찾았고 따뜻한 성품과 애국심으로 역대 어느 쿠바 외교관보다 더 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 의장도 승자다. 그는 노련하게 마이애미의 쿠바 반대세력을 다시 패배시켰다. 엘리안을 아버지에게서 떼어놓으려는 움직임이 일자 쿠바인들의 분노를 대규모 가두 시위로 폭발시켰다. 빌 클린턴 행정부도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고 이를 실행했다. 항의 시위가 일어나 한때 주춤하기도 했지만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시위대의 항의를 중화시켰고 이로써 미 국민의 대다수를 안심시켰다.

▼패자▼

마이애미의 친척과 쿠바 출신 인사들이 가장 두드러진 패배를 맛봤다. 엘리안을 카스트로의 독재 치하인 쿠바로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이들은 이 사건으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더 냉랭해지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공화당 보수파와 앨 고어 부통령도 이번 사건의 패배자다. 정부의 송환 결정에 반발해 엘리안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일을 가정법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과 같은 입장을 취한 고어 부통령은 민주당 내부에서 비판받고 있다.. 미국 언론도 패배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존 케네디 주니어 관련기사보다 더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대중의 취향에 영합한 것이었다. 주요 언론의 보도태도는 도발적이고 관음증적(觀淫症的)이기까지 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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