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공주-왕자처럼" 美 '아기 장식' 유행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33분


아나벨라 카시오포는 패션의 창조물이다. 레이스달린 모자에 실크원피스를 입고 불가리 쁘띠 마망 향수를 뿌렸다. 롤스로이스(그러나 차가 아니라 유모차다)를 타고 미국 뉴욕 매디슨 애비뉴를 누빈다. 아나벨라는 지금 7개월!

엄마인 제니퍼 카시오포(랄프 로렌의 프리랜스 홍보담당자)는 “자랑스럽지 뭐예요. 차를 반짝반짝 닦듯이 아기도 광을 내는거죠” 했다.

6개월난 아들 테이트를 둔 미니 더빌리어는 아기의 옷치장을 위해 한계절에 2000달러를 쓴다. “남편은 아이를 계집애처럼 입힌다고 불평해요. 하지만 난 테이트가 자기 옷을 고를 수 있을 때까진 내 마음대로 입힐 거예요.”

아기는 ‘작은 나(Mini-Me)’. 지금 패션에 관심많은 미국 엄마들 사이에선 아기를 현대판 왕자처럼 화려하게 입히고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턱받이부터 신생아용품 일습, 장난감 화장품 가구까지 세련되고 호화로운 아기 패션용품이 붐을 이루는 추세다.

돈있는 엄마들은 DNKY캐시미어 가디건을 60달러에, 베이비 디오르 점퍼를 165달러에, 제이코스 캐시미어 드레스를 395달러에 마구 사들인다. 보통정도의 수입을 지닌 엄마들도 결코 지지 않는다. 엄마가 몸에 꼭맞는 바지를 입고 예뻐 보였다면 아기도 그렇게 입힌다.

아기패션의 또다른 트렌드는 노스탤지어. 영국왕실의 아기들과 경쟁하려는 듯 정통 영국풍의 가든드레스, 복고풍의 턱받이, 손으로 그린 정원가구까지 다투어 사들인다. 첫돌박이 아기옷을 넣은 요람이 150달러부터 1만달러나 하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처럼 아기를 ‘하이 스타일’로 꾸미는 것은 경기 호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비 디오르를 운영하는 에반 타윌은 “쓸수 있는 돈이 많아지니까 부를 한껏 드러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서 아기옷과 아동복에 쏟아부은 돈은 79억달러로 전년도의 71억달러에 비해 10%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지나치게 호화롭게 입히는 것은 그 부모들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한다. 그래도 자신이 그렇게 못입는다면 ‘작은 나’라도 호사롭게 입히려는 엄마들의 욕심을 방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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