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MF 가입 실현?]국제자본 진출 '물꼬'

  • 입력 2000년 6월 5일 20시 45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다. 김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IMF의 호르스트 쾰러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IMF에 가입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쾰러총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해 북한의 IMF 가입이 공론화 되기 시작했다.

▽IMF 가입의 효과〓북한의 IMF가입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등 주요 개발은행들은 후진국에 자금을 원조해 줄 때 IMF가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있다. 북한이 국제금융 시장에서 돈을 조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도 IMF 회원국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IMF가입이 추진된다면 세계의 자본은 앞다투어 북한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진출을 계획하고서도 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도중 하차한 사례가 많다. 그러나 IMF 가입으로 개발 금융자금이 들어오면 더 이상 자금회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북한 특수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원조조건과 규모〓북한이 국제경제기구에 가입하면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지원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역내 저소득국가의 경제개발을 위해 아시아개발기금(ADF)을 연 1∼1.5%, 만기 24∼32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빌려주고 있고 IMF는 최빈국 회원국을 대상으로 ‘빈곤감축 및 성장지원’ 금융을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제공한다. 특히 IMF와 세계은행(IBRD)은 재원 규모가 지역기구인 ADB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클 뿐만 아니라 가입에 앞서 미상환부채가 있을 경우 IMF측의 중재를 통해 상환연기 등 채무조정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는 전광우(全光宇)국제금융센터 소장은 “IMF 가입 요건이 다른 금융기구에 비해 까다롭기는 하지만 일단 회원국이 되면 IBRD와 ADB 등의 가입도 훨씬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미국〓북한이 IMF 가입의사를 밝히면 이사회가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 현장실사 등을 통해 경제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가입 심사를 벌인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사회가 가입의 타당성을 인정하면 총회에서 투표권 기준 과반수 찬성으로 가입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는 분석. 실제로는 지분율이 가장 높아 IMF의 주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일본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게 통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테러국가’ 리스트에서 북한을 제외하지 않는 한 설령 IMF 집행부가 북한 가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도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97년 ADB 가입의사를 표명했지만 당시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북한의 내부사정과 전략 〓회원국이 되면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정책의 운용방향에 대해 IMF측과 정례적으로 정책협의를 해야하고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통계를 국제기준에 맞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경제난에 처해 있는 북한이 자신의 추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낼지 아직 불투명하다.IMF 가입은 또 자본주의체제에로 편입하는 서막으로 볼 수도 있다. 이것이 체제 안정에 불안을 준다면 북한스스로 IMF 가입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의 IMF가입이 공론화 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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