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대통령 "IAEA 非회원국에 핵수출"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30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비회원국에 핵 물질과 기술, 장비 등의 수출을 허용하기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니콜라이 리조프 러시아 원자력부 해외 교역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IAEA 비회원국들의 안보가 위협을 받는다면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푸틴대통령의 결정을 확인했다. 리조프 국장은 “핵 물질과 기술 장비 등의 수출이 러시아가 맺은 국제 협약에 배치되지 않고 교역 당사국이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 핵 물질 등을 판매하겠다”며 “북한 쿠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이 IAEA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국가들”이라고 덧붙였다.

푸틴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통해 전세계의 핵확산을 막으려는 유엔과 미국의 기본 방침에 배치되는 것. 92년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대통령이 내렸던 IAEA 비회원국에 대한 핵기술 수출 금지 조치와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특히 리조프 국장이 지목한 북한 쿠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은 NPT 체제하에서 ‘문제 국가’로 지목돼 온 나라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푸틴의 결정은 일단 러시아의 ‘잉여 핵기술’ 판매를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 러시아 현지 소식통들의 관측. 29일 이타르타스 통신이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약 100기를 외국의 상업 위성 발사를 위한 위성 발사체로 전용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더 나아가서는 무기력했던 옐친 시대를 벗어나 러시아가 비로소 국제사회에 제 목소리를 내려는 몸짓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내달 4, 5일로 예정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격적인 카드’를 갖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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