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부품부족 몸살…매출목표 하향조정

  • 입력 2000년 5월 30일 19시 47분


하이테크산업이 부품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메모리 칩, LCD스크린을 비롯해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네트워크장비 등 각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부품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같은 ‘부품난’은 전세계 제조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메모리칩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선금을 줘도 원하는 물량을 제때에 공급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제조업체들은 호황에도 불구하고 부품 부족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낮춰 잡아야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제조업체와 부품업체의 뒤바뀐 신세〓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 세계 굴지의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요즘 일본 도시바로부터 MCP(고용량)메모리칩을 공급받기 위해 ‘애걸’에 가까운 하소연을 하고 있다.

기존의 플래시메모리에 S램을 통합시킨 MCP메모리칩은 도시바가 100% 생산해 전세계 단말기 제조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무선 인터넷 단말기’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부품. LG정보통신 관계자는 “도시바로부터 공급받는 MCP메모리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단말기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휴렛팩커드는 대당 2000달러 이상에 팔리는 고부가가치 상품인 컴퓨터 서버의 주요 제조 라인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이유는 개당 2센트에 불과한 부품인 콘덴서가 바닥났기 때문. 휴렛팩커드의 바이어들은 인터넷을 통해 10만개의 부품을 프리미엄을 주고 긴급 조달, 위기를 모면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반 시설 공급업체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스코 역시 원하는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메모리칩 선두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코에 대한 플래시 메모리칩 공급 물량을 50%나 추가 배정했지만 이는 시스코가 당초 주문했던 양의 70% 정도에 불과했다.

▽신규설비투자 삭감 여파〓부품이 부족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IMF를 거치면서 국내부품 업체들이 신규설비투자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최악의 불황을 겪은 반도체 산업은 PC제조업체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요구하자 생산량을 줄여버렸다.

국제적으로도 부품설비투자는 줄어왔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불황을 의식해 시설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조차도 신규생산설비 투자를 삭감했고 현재 프로세서 부족에 직면해 있는 상태.

삼성전자 구매전략팀 이성웅 과장은 “올들어 반도체나 전자부품 등의 수급에 애로가 있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일부 품목은 부품 수급이 제품 생산을 좌우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난으로 설비 투자를 중단한 상황에서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정보통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것이 부품 부족 사태를 가져왔고 당분간 이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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