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통역사협회 장 피에르 알랭회장 내한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통역사의 첫 번째 덕목은 언어실력이 아니라 자신이 통역할 주제에 대한 완벽한 이해입니다. 단 몇시간의 회의통역을 위해 1주일, 열흘씩 해당 주제에 관해 공부하는 자세가 아니라면 전문 통역사가 될 수 없죠.”

25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계감사원장회의 제47차 이사회’에 통역사로 참석한 장 피에르 알랭 국제회의통역사협회(이하 아이크·AIIC) 회장(56·사진).

AIIC는 53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된 유일의 국제회의 통역사 조직으로 권위만큼 가입자격 기준도 까다롭다. 150일 이상 국제회의 통역을 한 경력, 피추천자와 현장에서 1년 이상 함께 일한 5년차 이상 AIIC회원 3명(2개 국어 통역의 경우)의 추천이 있어야 회원이 된다.

전세계 회원수는 2500여명. 그러나 한국에는 최정화(崔楨禾)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등 단 7명만이 회원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AIIC의 생명입니다. ‘자신이 통역할 수 없는 주제는 맡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수칙 1조지요. 국가간의 공식회의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민간 전문인 단체가 주관하는 국제회의가 많아 통역사에게 전문성 결여는 치명적입니다.”

이런 자세 때문에 국제회의 통역에서 AIIC의 명성이나 지위는 독보적이다. AIIC 회원으로 통역단이 구성됐다는 것 자체가 회의의 수준을 보증하는 지표일 정도.

알랭회장은 유럽연합(EU)의 경우 700명의 상근 통역사와 연간 4500여명의 프리랜서 통역사가 일할 만큼 지구화와 더불어 통역사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체 예산의 4분의1에 달하는 통 번역 비용을 줄이기 위해 10년간 연구했던 EU는 최근 컴퓨터의 기계통역이 사람에 의한 통역을 상당기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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