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輪禍사망 아들의 恨 풀어준 모정…운전기사 실형 받아내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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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법당국에 맞서 아들의 한을 풀어준 한 어머니의 눈물이 일본을 감동시켰다.

도쿄(東京)지방법원은 23일 1997년 11월 도쿄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2학년 가타야마 순(당시 8세)군을 덤프트럭으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사(34)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2년반 만이다.

그러나 가해 운전사에게 실형이 선고되기까지는 가타야마군 부모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사고 직후 운전사는 “나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운전사를 기소하지 않았다.

부모는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청에 찾아가 불기소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설명해 줄 의무가 없다”며 부모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가타야마군의 부모는 스스로 목격자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아사히신문에 편지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잘 다녀오라며 학교에 보낸 아들은 집을 나선 지 얼마 안돼 큰 트럭 바퀴에 깔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어째서 생명을 빼앗은 사람만 감싸는 것입니까. 왜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습니까.”

반향은 컸다. E메일과 엽서 등을 통해 무려 21만여명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사고 당시에는 없었던 목격자도 나왔다.

법무부장관은 부모에게 “검찰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재수사를 지시했다. 도쿄대 법대 학생 150여명도 “검찰이나 법원에는 잘못되는 일이 ‘몇만분의 1’일 수 있겠지만 피해자와 가족에게는 오로지 전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법조계에서 일하겠다”는 글을 부모에게 보냈다.

재판부는 새로 찾아낸 목격자의 증언을 전부 인정하고 “운전사는 사고 당시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부모의 가눌 수 없는 슬픔을 알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가타야마군 부모에게 판결문을 직접 건네줬다.

가해 운전사도 “법원의 판결에 승복한다”며 얼굴을 떨궜다. 가타야마군의 부모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어머니 아키요(章代·39)는 “사회적으로는 결론이 났는지 모르지만 엄마로서는 끝이 있을 수 없다”며 울먹였다.이 사건은 가해자의 인권보장에 치중해온 일본 법조계에 피해자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일본 신문들은 이번 판결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 등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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