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에 무력행사" 엄포일까…천수이볜號 예의주시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천수이볜(陳水扁) 대만총통 취임이후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압력은 대만 총통 선거 이전부터 시작돼20일 천수이볜의 총통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압력은 공갈일까, 아니면 필요하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실질적 위협일까.

20일 천수이볜이 취임사를 발표한 직후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中南海)에서는 중국공산당 중앙대만판공실과 국무원대만판공실 중앙군사위대만전략연구실 연석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첸치천(錢其琛)부총리겸 당대만문제영도소조 조장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조용히 변화를 지켜본다(靜觀其變)’는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지시가 하달됐다.

그러면 중국은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 소식통들도 빠른 시일내에 대만에 무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조동설(早動說)’과 비교적 느긋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만동설(晩動說)’로 나뉜다.

▽조동설〓대만의 중국시보는 대륙이 천총통의 대만정책을 일찌감치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22일 전했다. 이 신문은 천총통 당선후 대륙이 ‘겉으로는 느슨하면서도 안으로는 팽팽한’ 군사행동 준비를 갖춰왔다며 천총통이 거듭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할 경우 양안간에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지도부가 천총통에게 농락당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한 22일 홍콩 태양보의 보도도 같은 맥락. 이 신문은 천총통이 당선 이후 리위안저(李遠哲) 선쥔산(沈君山) 등 대만의 저명학자들을 대륙에 보내 취임사에서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정부’라는 표현으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같은 표현이 빠져 중국 지도부가 응징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동설〓중국이 대만에 무력동원이라는 으름장을 놓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전투상황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96년 대만에 포격을 가하는 등 무력을 동원했으나 결과적으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강화되고 국제여론만 나빠지는 등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했다며 중국이 다시 이같은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빠른 시일내에 점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군사전문가들의 분석도 같은 맥락. 중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군사장비로는 현대전을 치르기에는 부족한 것은 물론 미국산 첨단군사장비를 갖춘 대만과 일전을 벌이기에는 위험이 크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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