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학부모 성적표' 논란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학부모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져야 할까.'

미국 시카고 지역의 학교에서 올 가을부터 시범 실시되는 '학부모 평가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교육당국과 학부모 및 학부모단체들 간에 논란이 한창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가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것.

평가보고서는 담임교사가 5주에 한번씩 작성해 학부모에게 보내며 낙제 점수를 받은 학부모는 별도의 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이 제도의 도입 배경에는 자녀들에 무관심한 학부모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보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시카고 교육당국은 최근 학생들의 시력을 측정해 3만여명에게 안경을 맞춰 줬으며 2년 전에는 5000여 켤레의 장화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등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데 든 비용이 만만찮았던 것.

그러나 이 지역의 학부모와 학부모단체들은 "얼굴도 모르는 교사가 어떻게 가정 문제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느냐"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해럴드워싱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학부모 브렌다 윌리엄스는 "만약 문제가 있다면 교사가 학부모에게 즉시 연락을 취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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