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화해 메신저' 교황 18일 팔순잔치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8일 80회 생일을 맞는다.

교황은 그간 생일잔치를 벌이지 않고 조용히 지냈으나 올해는 세 번째 밀레니엄과 겹치는 팔순이라 잔치가 크게 열린다고 DPA통신이 17일 전했다.

생일인 18일 교황은 각국의 사제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티칸 성 베드로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 후에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특별 연주를 한다. 고향인 폴란드 바도비체에서도 이날 각종 축하 행사와 축하 음악회가 열린다. 바티칸의 공식 일간지인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교황 팔순 기념 특별판을 내기로 했으며 바티칸과 폴란드는 기념 우표를 공동 발행했다.

바티칸 우체국은 세계 각국에서 쇄도하는 수천통의 축하 메시지를 분류하기 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프란체스코 루텔리 로마시장은 성 베드로성당에서 사용하도록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선물하겠다고 밝혔고 우파 지도자인 지안프랑코 피니는 젊은 시절 유세장에서 사용했던 아끼는 메가폰을 보내왔다.

뭐니뭐니해도 교황에게 가장 큰 선물은 신자의 변함없는 사랑과 존경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의 92.5%가 “교황을 매우 존경한다”고 답했다. 또 교황의 업적에 대해 80%가 “교황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답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공산주의 치하의 폴란드를 방문함으로써 동유럽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아프리카를 방문, 노예제도에 대해 사과했으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종교간 화해를 주도하는 등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1978년 264대 교황 취임 후 22년째 ‘장기 집권’하는 교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신학자인 한스 쿤은 16일 “요한 바오로 2세의 주목할 만한 공헌은 각종 매체를 적극 활용한 최초의 ‘미디어 교황’이란 점”이라며 “교황의 공로로 여겨지는 많은 사안은 60년대 바티칸 공의회 이후 추진돼온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령에 건강이 나쁜만큼 교황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교황은 1981년 터키의 극우 테러리스트로부터 저격당해 대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최소한 6차례 수술을 받았다. 교황청이 공식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교황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미사를 집전하기 힘들 만큼 발음이 불분명해지는 등 증세가 더 나빠지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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