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미쓰비시社 "현대와 월드카 제휴한적 없다"

  • 입력 2000년 5월 8일 22시 55분


다임러크라이슬러 및 미쓰비시와 차세대 전략차종인 리터카를 공동 개발, 생산키로 했다는 현대자동차의 발표를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가 하루만에 공식 부인, 의혹이 일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현대 등 3사가 리터카를 공동 개발, 생산키로 했다는 현대측의 발표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측과 협의한 사실이 없으며 현대측 발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현대차가 그룹내 금융 부문의 혼란과 대우차 해외 매각이 현대의 시장 지배에 위협이 될 거라는 우려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측도 “세계적인 콤팩트 모델을 개발하는데 현대차를 참여시키는 문제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 “이번 제휴는 3사 최고경영진간에 금년초부터 극비리에 진행된 내용으로 실무진은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발표 시기가 주말이었고 다임러의 최고 경영층이 자체 전략 회의차 해외 여행중이어서 혼란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선 이계안(李啓安)사장이 직접 제휴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미뤄볼 때 현대가 전혀 있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발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 해명이 맞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다임러측 실무진이 모를 정도로 진행이 안된 사항을 평일이 아닌 일요일에 급하게 공개한 이유는 무얼까하는 점. 기자회견이 있다는 사실도 발표 하루전인 6일 오후 늦게야 기자단에 통보됐고 발표 1시간전까지 홍보실에선 “윗선에서 자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함구했었다.

현대와 미쓰비시 양사간의 합의를 현대측에서 임의로 다임러까지 포함해 3사 합의로 발표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다임러는 현대측 발표에 앞서 지난달 26일 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쓰비시와 리터카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최근 방한한 미쓰비시 경영진과 손을 잡은 현대측에서 현대-미쓰비시, 미쓰비시-다임러의 제휴를 3사 제휴로 확대 발표했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선 “진상이야 어떻든 아직 제대로 진행이 안된 사실을 휴일에 급히 발표해 하루만에 상대방이 부인하게 만든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