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제2의 폼페이'한달 뒤면 물속으로

  • 입력 2000년 5월 7일 21시 43분


터키 남부 벨키스에서 고대 로마 유적을 발굴하고 있는 고고학자들의 손길이 바쁘다. 손을 대는 곳마다 기가 막힌 유적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군신(軍神) 마르스의 동상, 가문과 정부의 문장(紋章)이 새겨진 6만5000개의 도자기 조각들. 그럴수록 그들의 손길은 더 바빠진다. 유적지가 점점 물에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한 달이 지나면 벨키스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동안 먼지와 폐허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보물들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고 수장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7일 고대 로마제국의 동쪽 끝에 위치한 상업도시였던 제우그마가 터키 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단 두 개의 마을에서만 진행된 발굴작업에서 정교하고 세련된 로마 모자이크 유물 12개가 발견됐다면서 이 도시를 화산폭발로 매몰됐다가 18세기에 발견된 화려한 로마문명 유적지 ‘폼페이’에 비유했다.

7만명이 거주한 것으로 추산되는 제우그마에는 로마군단의 기지가 있었다.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번성했다가 잇단 이민족의 침략과 방화, 지진으로 몰락한 비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진행돼온 유적 발굴작업은 터키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계획이 발표된 지난 겨울부터 본격화됐다.발굴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고고학자 메흐메트 오날은 “이대로 2년만 발굴작업을 계속하면 세계에 있는 어떤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유적들을 찾아낼 수 있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지난달 29일 댐의 수문들을 대부분 닫으면서 저수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보다 당장 사용할 에너지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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