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포럼과 유엔 총회, 일본 오키나와(沖繩) G8 회담, 9월 초순으로 잠정결정된 푸틴의 일본 공식방문 등을 통해 연내에 4차례 더 만나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모리총리는 이날 회담을 시작하며 푸틴이 일본의 국기인 유도 유단자란 사실을 화제로 올리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29일 저녁 두 사람은 세계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최대 현안인 평화조약체결에 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그것은 일본열도 최북단의 4개 섬에 관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당시 일본 총리와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대통령은 북방 섬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도쿄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1997년에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와 옐친이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만나 도쿄선언을 바탕으로 2000년까지 평화조약을 맺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옐친의 건강악화와 러시아의 정정 불안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모리총리가 총리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연내 평화조약체결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푸틴은 “전임자가 행한 모든 합의를 계승한다”고 밝혔지만 영토문제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나타내왔다. 푸틴이 방일 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경계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본에서는 연내 양국간 평화조약체결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도쿄〓김기현·심규선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