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급반등]LA타임스 투자자 분석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미국 주식시장은 이성적인 투자원칙보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탐욕(greed)이 지배하고 있다.’

대폭락과 급반등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증권시장은 기업의 가치에 기초한 합리적인 투자원칙에서 벗어나 주식투자로 ‘한몫’ 잡겠다는 투자자의 탐욕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미국의 LA타임스지가 17일 보도했다.

LA타임스는 인터넷과 생명공학 등 ‘신경제’ 분야의 첨단기술주 종목 수백개의 주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급락할 가능성 역시 내다보기 어렵다며 주식시장의 미래가 투자자들의 심리상태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가치 등을 주식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겼으나 현재는 이런 합리적인 투자원칙에서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나스닥 지수 폭등기에 수익 전망도 없는 기술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마구 매입, 주당 10∼20달러밖에 안되는 것을 몇 개월 만에 200∼300달러, 심지어 400달러 수준까지 치솟도록 만들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전문투자자들과 초보자들 모두 이번에는 과거의 거품성 주식투자와는 다르다고 믿는다면서 만약 거품이 폭발할 때쯤 되면 ‘비상 탈출구’를 만들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1960년대초 볼링 장비 관련 주식들이 근거없이 급등한 적이 있으며 79년과 80년초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을 대량 매입하는 바람에 금값이 온스당 200달러에서 800달러까지 뛴 적이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또 80년과 89년 일본의 우량주들이 단순히 미국의 첨단기술 주식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무차별적인 ‘사자’만 있고 ‘팔자’는 없었다며 이런 투자는 기업의 수익성이나 전망과는 무관한 것이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결국 이같은 ‘거품성’ 투자는 대부분 끔찍한 주가 폭락과 투자자들의 엄청난 손실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고 LA타임스는 분석했다.

LA타임스는 지난 몇 달간 투기 열풍이 불었던 기술관련 주식은 나머지 대다수의 주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만약 주식시장의 거품이 폭발하면서 총체적인 폭락이 지속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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