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모스크바]러시아는 지금 '세금과의 전쟁'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내 자동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하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무허가 자가용영업을 하는 드미트리 자이체프(35)는 불법영업차량을 등록시켜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이 크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자가용영업을 잘 해 왔는데 왜 느닷없이 세금을 걷느냐는 주장이다.

자이체프와 같은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초적인 자본주의의 원리가 낯설기만 하다.

‘세무당국과 납세자의 싸움.’ 러시아에서는 최근 대대적인 세금징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납세자인 국민 사이에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마다 납세번호 부여▼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예산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로 늘어나자 국고(國庫)를 채우기 위해 올해 들어 대대적인 세금징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 등 6대 도시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개인에게 납세번호를 부여해 이달말까지 소득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도 납세번호를 받았다.

세무당국은 지난해 1억5000만 인구 중 불과 400만 명이 소득신고를 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영언론을 동원해 “나라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무장한 세무경찰을 동원해 기업에서 ‘세금을 짜내는’ 강경책도 쓰고 있다.

▼세율높아 국민불만 고조▼

대대적인 노력 끝에 국세부는 올해 1·4분기(1∼3월)에 예상보다 44%나 늘어난 세금을 걷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표적이 된 납세자도 할 말은 많다. 세율이 터무니없이 높아 정부가 국민의 돈을 ‘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1인당 연평균 소득에 해당하는 2만2000루블(약 100만원)을 번 사람은 27%의 세율을 적용받아 6000루블의 세금을 내야 한다.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세율은 40%까지 올라간다. 1년에 30만루블(약 1200만원)을 버는 봉급자는 425만원을 세금으로 바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탈세와 비리가 만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세금전쟁이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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