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착취 고발 소년운동가에 첫 '어린이 노벨상'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어린이 노벨상을 아시나요?’

세계 어린이의 권익 향상을 위해 기여한 어린이나 단체에 주는 어린이 노벨상인 ‘세계 어린이상’의 첫 수상자로 파키스탄의 ‘소년 노동운동가’ 아크발 마시가 선정됐다.

세계 어린이상은 스웨덴 적십자 등 8개 단체가 모여 만든 비영리 인권단체 ‘어린이 세상’이 올해 처음 만든 것. 어린이세상은 7일 인터넷사이트(www.childrensworld.org)를 통해 “파키스탄의 아동 노동착취 실상을 고발하다가 12세에 암살된 아크발을 첫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15명의 각국 어린이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세계 각국 어린이들이 E메일과 팩시밀리 등으로 추천한 후보중에서 선정한다. 상금은 70만크로나(약 9100만원).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소녀 안네 프랑크와 197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서 살해된 헥터 피터슨은 명예상을 수상했다.

파키스탄은 한때 아동 착취로 카펫을 짠 것으로 악명높았던 나라. 아크발이 카펫공장에서 강제 노동을 시작한 것은 네 살 때인 87년.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공장으로 끌려간 그는 밥을 굶어가며 하루에 10시간씩 고사리손으로 카펫을 짰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겨우 1루피(약 24원). 당시 파키스탄에는 아크발과 같은 아동노동자가 600만명이 넘었다.

5년간 노예처럼 일만했던 그는 92년 공장을 탈출해 당시 막 출범한 파키스탄노예노동해방전선 투사를 우연히 만나 ‘노동운동가’로 변신했다.

이후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이 순간에도 파키스탄의 어린이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카펫을 짜고 있다”며 어린이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고발했다.

이 덕분에 파키스탄의 대형 카펫공장 10여곳이 문을 닫고 수천명의 아이들이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카펫업자들의 암살위협에 시달리던 아크발은 95년 라호르에서 괴한의 총에 맞고 숨졌다.

초등학교 과정을 2년반만에 마칠 정도로 총명했던 아크발은 “변호사가 돼서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상식은 13일 어른노벨상 시상지로 유명한 스톡홀름 교외에서 열리며 실비아여왕이 직접 상패와 상금을 수여한다.

상금은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의 교육비와 ‘아크발 자유센터’ 건립에 사용된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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