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9일 대선]야당 톨레도 돌풍…박빙의 승부 예상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9일 치러질 페루 대선에서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AFP 등 외신이 8일 전했다.

야당인 ‘페루의 가능성’(PP)당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55)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9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그와 3선을 노리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현 대통령이 42%대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누구도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6월 두 사람이 결선투표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7일 발표된 국립공학대학 여론조사 결과 결선투표에서 양자가 대결하면 톨레도가 54% 대 40%로 크게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 톨레도가 당선되면 1821년 페루 독립 이래 원주민 출신의 첫 대통령이 탄생한다.

바닷가 원주민 마을에서 태어난 톨레도의 형제자매는 무려 16명. 구두닦이를 하며 주경야독한 끝에 페루 산스프란시스코대 경제학과를 마쳤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얻은 뒤 세계은행에서 일하며 경제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톨레도 후보가 갑작스레 떠오른 것은 3선이 가능하도록 개헌한 뒤 대선에 나선 후지모리 대통령이 당선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자 민심이 이탈한 탓이다.

여권은 2월 대선후보 등록을 위해 유권자 수천명의 명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헌법상 투표권이 없는 군인과 경찰에 대해서도 일반인 신분의 신분증을 위조해 발급, 당선을 획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6일에는 국가정보국 요원 3명이 톨레도의 딸을 납치하려 했다. 여권의 공작정치가 극에 달하자 일부 군장교들은 후지모리가 당선돼도 인정하지 않겠다며 쿠데타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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