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새 행정원장 내정…독립반대파 기용 中에 화해 제스처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총통당선자가 5월20일 출범할 새 정부의 행정원장(총리)에 탕페이(唐飛·68·사진)현국방부장을 내정했다.

천당선자는 당초 총통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노벨상 수상자 리위안저(李遠哲)박사를 초대 행정원장에 앉히려 했으나 리박사가 끝내 고사해 탕부장이 발탁됐다는 후문이다.

탕부장은 천당선자가 두차례나 국방부를 직접 방문해 유임 요청을 했을 정도로 군내외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 그동안 군부내 각종 개혁에 솔선했고 군에 대한 문민우위 원칙을 강조해 여야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탕부장의 행정원장 내정은 민심, 군심(軍心), 중심(中心·중국의 입장)을 아우른 1석3조의 인사라는 평.

천당선자가 중국 장쑤(江蘇)성 출신으로 평소 대만독립을 반대해온 탕부장을 행정수반에 기용함으로써 향후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29일 대만 CNA통신 인터넷사이트는 전했다. 또 그동안 천당선자의 독립성향을 놓고 공개적으로 반발해온 군부의 반발도 무마할 수 있다는 것.

탕부장은 1952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1992년 총사령(참모총장), 1998년 참모총장(합참의장)을 거쳐 1999년 국방부장에 올랐다. 천당선자는 당초 은퇴할 뜻을 밝힌 탕부장에게 “양안간의 긴장이 높아진 현 상황과 민진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팽배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당신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설득해 수락의사를 받아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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