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 전역에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와 고통이 따르는 과정”이라면서 “파키스탄이 민주주의의 길에서 빗나가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파키스탄과 인도가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을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하면 공멸을 부를 뿐이므로 인도와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연설 직전 무샤라프를 만나 △총선일정 제시 등 민주주의로의 조속한 복귀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활동 규제 △파키스탄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가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국의 BBC방송은 “클린턴은 이번 방문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클린턴 대통령의 이날 여섯 시간의 파키스탄 방문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져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인도 뉴델리공항에서 갑자기 다른 비행기를 탔고 이슬라마바드공항에서도 클린턴이 타지 않은 가짜 비행기가 먼저 내렸다. 똑같은 리무진도 6대나 동원됐으며 군경 6000여명이 경비를 펼친 거리에서는 환영 시민을 볼 수 없었다.무샤라프는 클린턴이 떠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인도와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양국 관계는 교착상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