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 노동자 박탈감…MS-아마존과 임금격차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미국 경제에서 정보통신산업을 비롯한 신경제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구경제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전통적인 제조업체의 주가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업체의 주가에 눌릴 뿐만 아니라 종업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최근 5주 이상 계속된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의 장기파업은 쇠락하는 전통적인 제조업체 종사자들이 새로 떠오르는 첨단기술 업체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과 함께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보여준 사례라고 보도했다.

보잉사의 엔지니어 및 기술직 근로자들은 2월9일부터 3월17일까지 38일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노사는 올해 급여를 최고 8.5% 인상하고 내년부터 2년간 연간 4.5%씩 추가 인상키로 합의해 분규는 타결됐다. 이번 보잉사 파업에는 전국적으로 2만200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미국 사상 최대 규모 ‘화이트 칼라’ 파업이었다.1993년 단 하루 파업을 제외하면 54년만에 최대 파업이었다.

미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의 컨소시엄인 에어버스와 함께 세계 항공기 양대 제조업체. 보잉사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은 6만3000달러(약 6930만원)로 어느 제조업체 못지않다.

그러나 시애틀 내 중소 규모 컴퓨터 소프트웨어 생산업체 등 첨단기술업체 직원들의 임금과 스톡옵션 등을 합한 연간 소득은 평균 23만6000달러. 보잉사 엔지니어 연봉의 4배 가깝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애틀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닷컴 등 소위 ‘신경제’ 업체들의 급부상은 보잉사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점보 제트기나 보잉 시리즈 대형 여객기 등을 만든다는 직업적인 자부심도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대 데이비드 올슨교수(정치학과)는 “일부 젊은 엔지니어들은 치솟는 집값을 쫓아가기도 힘들어 급여에 대한 불만도 높지만 MS 등 첨단업체들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좌절감이 파업을 장기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인근에 있는 제네럴 모터스 및 도요타자동차의 합작회사 근로자들은 ‘자동차의 새로운 추세’를 창조한다는 자부심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첨단업체 종사자들과의 소득격차를 보면서 자기 직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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