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위조 가려내라" 美신용정보사 호황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미국의 최장기 호황 때문에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경력을 조작하거나 속이는 ‘사기 취업자’가 속출해 개인신용정보 전문회사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미 경제의 새로운 단면을 지적했다.

던킨 도넛과 베스킨 라빈스의 지주회사인 매사추세츠주 소재 앨리어드 도멕(AD)사의 인사부장 마르기 모셔는 작년 말 사장 지시에 따라 급히 경력사원을 채용하려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한 지원자와 인터뷰했다.

제시된 출신 학교와 전공 경력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랄 게 없었다. 모셔는 단 몇 분간의 인터뷰 끝에 사실상 채용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그는 이튿날 외부 신용정보회사에서 날아든 한 장의 조회서류를 보고 기겁을 했다. 이 지원자는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고 재정 분야 경력도 없었으며 범죄 기록까지 있었다. 채용 결정은 취소됐다. AD사는 다음부터는 아무리 탐나는 지원자라도 반드시 신용정보회사에 지원자의 이력과 재정상태 등을 알아본 뒤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터넷 인력중개회사 Vault.com의 세이머 하마데 사장은 “간부직인 경우 자세한 경력을 꼼꼼하게 확인하지만 평사원일 때는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인력난이 특히 심한 정보통신 관련 기업에서 특히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인력중개회사연합(SHRM)의 1998년 보고서에 따르면 헤드 헌터의 90%가 가짜 이력서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하루가 아쉽더라도 구직자의 자세한 이력을 꼼꼼하게 확인하게 됐고 덕분에 신용정보회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용정보 회사들은 보통 48시간 내에 개인의 은행신용 상태와 범죄기록을 조사해낸다. 건당 비용도 15∼90달러에 불과하다.

초이스포인트와 비즈니스 디렉션스(BD) 등이 대표적인 신용정보 회사들. 애틀랜타에 있는 온타깃사는 반드시 2개 신용정보회사의 경력 확인절차를 통과한 사람만 채용한다. 이 회사는 소속 직원이 추천한 신입사원이 1년 이상 근무하면 추천한 직원에게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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